종합병원2..

  난 의사다. 응급의학과 전문의. 99년에 의대를 졸업했고, 전공의 때 의사들 파업을 경험했고, 2004년에 전문의가 되었으며 2007년에 공중보건의를 끝냈다. 지금은 펠로우 2년차. 이 책의 주인공인 도훈은 내 생각에 97년에 의대를 졸업했고, 전공의 때 파업을 겪었고, 2002년에 전문의가 되었고 2005년에 군의관을 마치고 어디선가 펠로우를 2년쯤 하고 지금은 외과 staff이 되었을 것이다. 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대와 수련병원이 같다는 점이다. 즉 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의대와 병원에서 주인공들의 1년 혹은 2년 후배로 같은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.
  책을 선배에게 선물받고 첫 장을 읽는 순간부터 난 99년 2월에 있었다. 책장을 넘김과 동시에 난 99년 3월, 4월, ...2000년, ...으로 시간 여행을 하고 있었다. 책에 나오는 일화들과 나의 추억속의 인물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지금까지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묘한 감정, 소설속 인물이 살아나 내 눈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듯한 감정에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, 가슴이 벅찬 느낌으로 여행을 할 수 있었다. 예전에 '소설 의과대학'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. 서울대 의대생 들의 얘기를 담은 책인데, 그 책에서 얻은 감정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그들의 생활에 그저 '재미있다'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면 '종합병원 2'에서 얻은 감정은 남들이 잘 찾지 못하던 기흉을 진단했을 때와 아무도 의심 하지 못하던 폐색전증을 진단해냈을 때의 흥분의 비교정도라고 할 수 있다. 
  책을 덮으면서 문득 드는 생각. 이 형들은 정말 고민하면서, 깊게 살았구나. 그러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후회와 벅찬 감동으로  한 숨을 길게 내 쉬면서 책 맨 앞장에 메모를 남긴다.

'2008년 11월 26일 완독. 내 아내와 자식에게, 또한 의사가 아닌 내 친구들에게 꼭 읽힐 것! 나라는 사람을 이해시키려면...'
  

by ER_Joon | 2008/12/03 14:58 | 트랙백 | 덧글(3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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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다른 환 at 2008/12/04 19:31
내 아내와 자식에게 책을 읽히는 것은 돈 안들지만 친구들에게 읽힐려면 돈 좀 들텐데...... 난 이런 책들이 잘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꽤 팔리나봐. 이 소설은 모르겠지만 전에 나왔던, 드라마 종합병원의 원작 <종합병원의 청년의사들>은 꽤 많이 팔렸대, 믿거나 말거나.
Commented by ER_Joon at 2008/12/06 12:54
친구들에게 읽힌 다는 것이 사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지요...ㅋ.ㅋ
Commented by Hwan at 2008/12/07 11:49
영환이 형에게는 사주는 것을 의미하죠. 전에 잠깐 영환이 형이 가지고 계신 책에 관심을 보였더니 며칠 뒤 새 책을 하나 사 주셔서 놀랬다는... 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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